항목 ID | GC02002106 |
---|---|
영어의미역 | Farmer Tricked Goblin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충청남도 논산시 연무읍 소룡리 |
집필자 | 박종익 |
[정의]
충청남도 논산시 연무읍 소룡리에서 도깨비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채록/수집상황]
2001년 11월 3일 충청남도 논산시 연무읍 소룡리에서 이정욱(남, 74)이 구연한 것을 채록하여 2005년 민속원에서 출간한 『구전설화』 14에 수록하였다.
[내용]
옛날 한 농부가 산 너머로 장을 보러 가고 있었다. 농부가 산꼭대기에 오르자 사람과 외모가 똑같은 도깨비가 나타났다. 도깨비가 어디 가냐고 물어서 농부는 장에 간다고 말하였다. 그러자 도깨비는 “에, 가거든 개다리 하나만 사다 줘.”라고 말하면서 농부에게 개 몇 마리 값의 돈을 주었다. 돈을 받아 든 농부는 서둘러 장에 갔다. 농부는 장에 가서 이런저런 물건들을 구경하였다. 주머니에 돈이 넉넉하게 들어 있어 기분이 좋아진 농부는 주막에 들어가 술을 마셨다.
그러는 중에 농부는 도깨비의 부탁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날이 어두워지자 농부는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도깨비를 만났던 산꼭대기에 이르렀다. 기다리고 있던 도깨비가 농부 앞을 가로막으며 “개다리 사 왔냐?” 하고 물었다. 농부는 그제야 도깨비와의 약속을 떠올렸다. 농부는 “깜박 잊어버리고 그냥 왔다. 다음에 사다 줄게.” 하고 약속하였다.
다음 장날 농부는 장에 가다가 산꼭대기에서 며칠 전의 그 도깨비를 또 만났다. 도깨비는 다시 농부에게 돈을 주면서 “이번에는 꼭 사다 줘.”라고 말하였다. 농부는 도깨비의 돈을 받으면서 ‘개다리를 사다 주지 않으면 매번 돈을 주겠지.’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이번에도 역시 개다리를 사다 주지 않았다.
이렇게 농부는 장에 갈 때마다 도깨비의 돈을 받았고, 그 돈을 모아 논을 샀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서 도깨비는 농부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농부가 산 논을 떼어 가려고 밤중에 농부의 논에 갔다. 도깨비는 논의 네 귀퉁이에 말뚝을 박고 논을 떼어 가려 했으나 실패하였다. 분이 풀리지 않은 도깨비는 그 다음날 농부의 논에 자갈을 잔뜩 쌓아 놓았다.
자갈이 잔뜩 쌓인 논을 본 농부는 도깨비가 한 짓이 분명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하, 금년 농사는 풍년이겠다. 누가 거름으로 쓸 자갈을 잔뜩 가져다 놓았네. 만일 개똥을 쌓아 놓았으면 농사를 망쳤을 텐데.”라고 큰 소리로 말하였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일찍 논에 가 보니까 논에는 자갈 대신 개똥이 잔뜩 쌓여 있었다. “아이고! 이제 논은 다 버렸구나. 이놈의 개똥 더러워서 농사도 안 되고, 냄새 나서 논 다 버렸구나.” 하며 농부는 도깨비가 듣게끔 큰 소리로 통곡하였다. 그 후 도깨비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농부는 농사를 지으며 잘 살았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도깨비를 속인 농부」의 주요 모티프는 ‘도깨비를 속인 농부’와 ‘앙갚음을 한 도깨비’이다. 도깨비는 농부가 돈만 받아 챙기고 개다리를 사다 주지 않자 농부에게 앙갚음을 한다. 그런데 앙갚음을 하는 순간에도 농부에게 속는다. 이와 같이 도깨비 속이기 모티프로 구성된 도깨비담은 도깨비를 인간보다 어리석은 잡신의 존재로 그리고 있으며, 또한 인간과 친숙한 존재로도 그리고 있다. 대부분의 도깨비담은 익살스럽고 행복한 결말을 맺으나, 속임수가 지나치게 악의적이거나 과욕이 담겨 있을 경우는 오히려 사람이 해를 입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