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46030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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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漢拏山白鹿潭 |
이칭/별칭 | 영주산(瀛州山),부악(釜岳),백록담 |
분야 | 지리/자연 지리 |
유형 | 지명/자연 지명 |
지역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토평동 산15-1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김범훈 |
[정의]
제주특별자치도 중앙부에 솟아 있는 한라산 정상의 화구호.
[개설]
1,950m 높이의 한라산 백록담은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정 화구호[산 정상의 분화구에 있는 호수]이다. 산정 화구호의 능선 둘레는 1,720m, 깊이는 108m, 넓이는 208,264㎥가 조금 넘는다. 이곳에는 극심한 가뭄이 들 때를 제외하고는 1~2m 이내의 물이 사철 고여 있으며 희귀한 식물들이 번식하고 있다.
백록담은 풍화나 침식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아 순상 화산[방패를 엎어 놓은 듯한 완경사를 이룬 화산]의 원지형이 잘 보존되어 있어 학술적 가치가 크고 빼어난 경관을 보여주는 화산 지형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백록담 조망은 동쪽 능선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데 한라산 등반 코스 6개 가운데 성판악 코스와 관음사 코스를 통해서만 백록담을 조망할 수 있다. 또한 백록담 정상에서는 제주도 전역의 오름, 계곡, 아름다운 바다와 섬들까지 조망할 수 있다.
[명칭 유래]
백록담은 이곳 화구호에 흰 사슴들이 물을 마시면서 뛰어 놀았다거나, 하늘의 신선들이 흰 사슴을 타고 내려와서 물을 마셨다는 전설에서 기인한다. 백록담은 아무리 맑은 날이라할 지라도 바람이 구름을 몰고 와 신령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해서 예로부터 속세의 사람들이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곳이라 하여 영주산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또한 화구호의 모양이 가마솥뚜껑을 엎어 놓은 듯하다는 의미에서 부악이라고도 불렸다.
[자연환경]
제주특별자치도 세계 유산 본부가 한국 지질 자원 연구원에 의뢰해 2016년 3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4개년 계획으로 실시하고 있는 '한라산 천연 보호 구역 학술 조사 연구 용역' 1차년도 결과에 따르면, 백록담 분화구는 최소 1만9000년 이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2016년 9월 국내 최초로 백록담 퇴적층에 구멍을 뚫는 시추 작업을 통해 채취한 깊이 30m의 퇴적층을 대상으로 방사성 탄소연대를 측정한 것이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방법은 퇴적층에 탄소가 존재하여야 가능한데, 백록담 깊이 30m 지점까지만 탄소가 발견되었다. 연구진은 더 이상 깊은 곳에서는 시추를 하더라도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백록담은 1만9000년 전이라는 퇴적연대보다 이른 시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동안 백록담은 약 2만 5000년 전에 한라산 정상부에 조면암 용암돔이 분출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돼 왔으며 백록담의 마지막 화산 분출은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은 터였다. 특히 학계에서는 백록담의 생성 연대를 두고 3만 년 전에서 2만5000년 전 추정 등 그 오차 범위가 컸기 때문에 이번 조사 결과는 백록담의 형성 시기에 대한 오차 범위를 과학적으로 좁혔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백록담 퇴적층에 대한 연구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는 점에서 향후 새로운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분명한 것은 백록담은 이같이 초기 형성 이후 용암 돔의 동쪽 부분을 뚫고 현무암이 분출하면서 현재와 같은 분화구가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이로써 백록담은 성질을 매우 달리하는 두 종류의 용암으로 이루지게된 것이다. 즉, 서측부는 점성이 매우 높은 조면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돔과 같은 급경사면의 지형을 지닌다. 반면에 동측부는 유동성이 매우 큰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경사가 완만한 지형을 이루게 된 것이다.
또한 정상부의 남쪽과 북쪽 사면은 용암 돔의 붕괴에 의해 가파른 암석 절벽이 만들어졌다. 남한 최고봉인 1,950m의 위치는 백록담 서쪽이 된다. 백록담에는 겨울이 되면 며칠에 걸쳐 많은 눈이 쌓인다. 이 눈은 이듬해 이른 여름철에도 잔설로 남아있어 이 경치를 두고 녹담만설(鹿潭晩雪)이라하여 영주십경의 하나로 칭송되었다.
[현황]
한라산 백록담에는 장마철 집중호우가 내려 만수가 되면 208,264㎥가 넘는 화구호의 3분의 2가 물에 잠기는 장관을 이룬다. 그러나 요즘에는 자연 증발과 화구호 바닥의 퇴적층으로 물이 빠짐으로 인해 수량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초원으로 이루어진 백록담 내 분지에는 맑은 날이면 노루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거나 화구호의 물을 마시는 광경을 볼 수 있다. 이들 노루들은 화구호 사면에 자생하고 있는 구상나무숲에 보금자리를 틀고 사는 전설의 흰 노루들의 후예들인 셈이다. 백록담 주변과 화구호 내에는 구상나무, 돌매화나무, 한라솜다리, 섬매자나무, 매발톱, 한라구철초 등 희귀한 고산 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어 생태적 가치가 크다. 특히 정상의 바위벽에서 자라는 돌매화나무는 키가 2㎝에 불과하여 세계에서 가장 키가 작은 나무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돌매화는 서북풍이 매섭게 몰아치는 바위벽에 자신의 뿌리를 박은 채 이슬을 머금고 자란다. 초여름에는 순백의 매화를 닮은 꽃을 피우는데 그 자태가 고고하기 이를 데 없다.
한라산 등반 코스는 정상인 백록담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펼쳐진다. 동쪽에는 성판악 코스, 서쪽에는 어리목 코스와 영실 코스 및 어승생 코스, 남쪽에는 돈내코 코스, 북쪽에는 관음사 코스 등 6개의 등반로가 있다. 이 가운데 산정 화구호인 백록담까지 갈 수 있는 등반로는 성판악 코스[9.6㎞, 4시간 30분 소요]와 관음사 코스[8.7㎞, 5시간 소요]뿐이다.
한라산을 찾는 대부분의 등반객들은 남한 최고봉인 백록담을 한라산이 지닌 최고의 매력이라 여긴다.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의 한라산 등반객 가운데 50% 이상이 백록담을 등정하기 위해 성판악 코스나 관음사 코스를 이용하고 있다. 한라산 백록담은 2012년 11월 23일 명승 제90호로 지정되었다가 2021년 11월 19일 문화재청 고시에 의해 문화재 지정번호가 폐지되어 명승으로 재지정되었다.